축제·행사

뮤지컬 ‘109합창단’과 생명지킴이: 강원도가 자살률에 정면으로 맞선 방식

강원도가 선택한 자살예방 해법, 극장과 마을에서 동시에 나온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자살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강원도립극단이 만든 뮤지컬 ‘109합창단’, 또 하나는 마을의 이·통장과 부녀회장, 봉사단체 주민들을 ‘생명지킴이’로 키우는 방식이에요. 국무조정실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가 2월 12일 강원도 현장을 찾았고, 이 두 사업이 중앙정부에 “강원 특화 모델”로 공식 소개됐다는 점에서, 이제 강원도의 실험이 전국 확산을 전제로 검증대에 오른 셈이에요.

뮤지컬 ‘109합창단’: 자살을 정면으로 다루되, 관객을 끝까지 붙잡은 이유

‘109합창단’은 강원도립극단이 제작한 생명 존중 주제의 뮤지컬이에요. 무대는 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인 아파트와 편의점이고, 소재는 피하고 싶지만 현실인 ‘자살’이에요. 초대 예술감독인 선욱현 작가가 대본을 썼고, 강원문화재단과 강원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공동 기획에 참여해 예술과 공공의제를 정면 충돌시키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지난 2년 동안 약 7,500명이 공연을 관람했고, 자살예방 분야에서 문화예술 접근의 성과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어요. 단순한 ‘감동 실화극’이 아니라, 공립 예술단체가 지역의 자살 문제를 자신들의 과제로 끌어안았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무거운 주제를 관객들이 버티게 만든 장치는 익숙한 대중음악과 장르적 재미예요. 극은 김창완, 김태우 같은 대중가수의 노래를 활용해 관객의 정서를 끌어들이고, 춘천시립인형극단과 협업해 인형극적 요소를 얹으면서 입체적인 연극성을 만들었어요. 또 작품 제목인 ‘109’는 실제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를 뜻해, 관객이 극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남게 설계했어요. 이 구조 덕분에 관람 경험이 단순한 소비로 끝나지 않고, 위기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행동 정보로 전환될 여지가 생겨요.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이라면, 이 작품은 “공공정책을 예술 포맷에 녹여낸 레퍼런스”로 볼 수 있고, 그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 포인트가 명확해요.

문화콘텐츠를 정책 플랫폼으로 쓰면 생기는 변화들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가 이번 현장 점검에서 눈여겨본 건, ‘109합창단’을 단순 공연이 아니라 정책 플랫폼으로 보는 관점이에요. 한 편의 작품에는 시나리오, 캐릭터, 음악, 무대 기술, 홍보 채널이 모두 묶여 있고, 이것을 생명존중 메시지와 위기 대응 정보를 실어 나르는 매개로 쓰면, 강연이나 홍보물보다 훨씬 높은 공간·시간 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요. 중앙정부가 강원도의 모델을 전국 지자체 확산 가능성 측면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건, 앞으로 자살예방사업 예산 편성에서 문화콘텐츠 제작·투자 항목이 더 분명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공연을 만드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예술이 정책의 도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다만 강원도립극단 사례처럼, 기획 초기부터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공동 설계에 들어가면, 정책 메시지를 억지로 끼워 넣는 대신, 동시대의 구체적 문제를 예술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문화예술 종사자에게는 안정적인 공공 협업 시장이 열리고, 지자체는 ‘숫자로만 관리되던 자살예방’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돼요.

생명지킴이 638명: “위험 신호를 처음 보는 사람”을 키운 전략

강원도는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1차 관문을 마을 단위로 끌어내렸어요. 마을 이·통장, 부녀회장, 봉사단체 구성원 같은 사람들을 ‘생명지킴이’로 양성하고, 이들이 동네에서 포착한 고위험군을 자살예방센터에 연계하는 구조를 만든 거예요. 2025년 한 해 동안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고위험군 발굴과 연계 활동을 수행한 생명지킴이 인원은 638명으로 집계됐고, 이들에게는 사례관리비도 지급됐어요. 단순한 자원봉사를 넘어, 지역의 정신건강 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준-전문 인력으로 역할을 부여한 셈이에요.

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자살 고위험군이 제일 먼저 신호를 드러내는 곳이 병원이나 상담소가 아니라 동네 가게, 주민센터, 아파트 단톡방 같은 생활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행정과 의료는 그다음 단계에 등장할 뿐이에요. 강원도의 생명지킴이 전략은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을 교육하고, 그 사람의 눈과 입을 통해 전문기관으로 연결되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깔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지역에서 복지·보건 업무를 담당하거나,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곧 “주민 리더를 어떻게 정책 파트너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운영 모델이 돼요.

하지만 병상은 3개 도시에만 있다: 시스템의 병목이 드러난 현장

이번 현장 점검에서는 긍정적인 사례만 나온 게 아니었어요. 생명지킴이가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24시간 상담 체계가 구축돼 있어도, 정작 정신건강 응급 치료를 받을 병원이 없으면 시스템이 멈추게 돼요. 현재 강원지역 18개 시·군 중에서 병원급 이상 정신의료기관이 있는 곳은 춘천, 원주, 강릉 세 곳뿐이고, 횡성·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등 8개 군에는 병원급 정신의료기관이 전혀 운영되지 않고 있어요. 자살 시도자가 발생했을 때, 이 지역에서는 원거리 이송이 기본값이 되는 구조예요.

현장에서는 자살 시도자 정보가 정신건강복지센터·경찰·소방 사이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공유되는지, 또 응급병상 부족 때문에 실제 치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어떤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어요. 이 지점은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가 넓게 분산된 지방의 공통 이슈예요. 자살예방을 고민하는 지자체라면, 인식 캠페인과 교육을 넘어 응급병상 수, 병원 분포 지도, 이송 시간 같은 하드 데이터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강원 사례가 보여주고 있어요.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의 현장 순회,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국무조정실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는 2026년 1월부터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돌면서 현장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있어요. 이번 강원 방문에서도 강원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강원경찰청, 강원소방본부, 원주시·홍천군 보건소 관계자들이 참여해 자살예방 추진 방안을 논의했어요. 본부장인 송민섭은 현장 점검 결과를 반영해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자살예방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명시하면서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어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좋은 사례 발굴”만이 아니라, 재정과 제도에 어떻게 연결되느냐예요. 강원도의 ‘109합창단’과 생명지킴이 사업이 중앙정부에 공유됐다는 것은, 향후 자살예방 관련 공모사업, 국비 지원, 법·제도 개선 논의에서 이 모델들이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문화기획자, 정신건강 전문인력, 지자체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성과와 한계를 정확히 수치화해서 보여줄수록, 다음 단계 예산과 제도를 끌어올 수 있는 시기”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 우리 지역·조직에 옮겨 심으려면

강원 사례에서 당장 가져올 수 있는 포인트는 세 가지예요. 첫째, 자살·정신건강 이슈를 다루는 공연·전시·영상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처음부터 광역 또는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보건소와 공동 기획 구조를 짜는 게 좋아요. 이렇게 해야 작품이 끝난 뒤 상담·연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 수 있고, 공공 예산 편성에도 유리해요. 둘째, 주민 리더(이·통장, 학교 교사, 교회·성당·성당 리더, 동네 상인회 등)를 1차 관문 생명지킴이로 키우는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해 두면, 위기 상황을 발견하는 눈이 갑자기 증가해요. 셋째, 어떤 예술·커뮤니케이션 포맷을 쓰더라도, 작품 제목의 ‘109’처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화번호, 웹사이트, 지역 기관 이름을 서사 안에 박아 넣는 게 중요해요. 이렇게 해야 감동이 ‘좋은 공연이었다’에서 멈추지 않고, 위기 순간에 꺼낼 수 있는 구체적인 생존 도구로 남게 돼요.

강원도는 문화예술과 풀뿌리 주민 네트워크를 전면에 내세워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실험이 앞으로 응급병상 확충, 정보 연계 시스템 개선 같은 인프라까지 연결된다면, 자살예방정책은 숫자 관리에서 실제 삶의 장면을 바꾸는 방향으로 옮겨갈 수 있어요. 결국 관건은 각 지역이 자신만의 ‘109합창단’과 ‘생명지킴이’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 내느냐예요.

행사·정책 주관: 국무조정실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본부장 송민섭),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강원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강원도립극단, 춘천시립인형극단

현장 점검 일시: 2026년 2월 12일

주요 프로그램: 뮤지컬 ‘109합창단’ 성과 공유, 강원도 생명지킴이 사업 현황 보고, 자살예방정책 추진 방안 논의

뮤지컬 ‘109합창단’ 관람객 수: 최근 2년간 약 7,500명

뮤지컬 ‘109합창단’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뮤지컬 배경·내용 요소: 아파트, 편의점, 자살유족의 아픔과 치유 과정, 휴머니즘·생명존중 가치, 김창완·김태우 노래 활용, 인형극 요소 결합

제작·창작 정보: 강원도립극단 제작, 초대 예술감독 선욱현 작가 대본, 강원문화재단·강원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공동 제작

‘109’ 의미: 자살예방상담전화 번호

생명지킴이 구성: 마을 이·통장, 부녀회장, 봉사단체 등 지역 주민

생명지킴이 활동 규모(2025년 기준): 고위험군 발굴·연계 생명지킴이 638명, 사례관리비 지급

강원도 자살예방 관련 운영: 고위험군 등록 관리, 24시간 상담 체계 운영

정신의료기관 분포(강원): 병원급 이상 정신의료기관 위치 도시 3곳(춘천·원주·강릉), 미운영 군 8곳(횡성·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양양)

지적된 주요 문제: 정신건강 응급 병상 부족, 원거리 이송에 따른 치료 공백, 자살 시도자 정보의 기관 간 연계 미흡

범정부 본부 현장 순회 범위: 전국 17개 광역시·도

Ref: 뮤지컬 ‘109합창단’·‘생명지킴이’ 강원특화 자살예방사업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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